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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화도 루지는 위험해요
    Life/Society 2021. 2. 15. 23:48

    강화도에서 루지를 타고 내려온 막내 아이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어깨를 움켜쥐고 아프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루지가 뒤집혀져서 다쳤고, 속도를 조절하지 못해서 무서웠단다. 꽤나 긴 거리를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며 중간 중간 속도에 못이겨 뒤집어지기도 했다는 말이다.

     

    어떻게 된 일인가? 그림과 글로 설명하겠다.

     

    루지의 레버는 아래 그림과 같다. 당기지 않으면 ①의 위치에 있다. 여기에 레버가 위치하면 바퀴가 움직이지 않는다. 말하자면, 주차 상태인 셈이다.

    루지의 레버 작동법

    레버를 힘있게 당겨서 ② 위치로 가다가보면, 어느 지점에서 주차 브레이크가 풀린다. 루지는 브레이크 없이 자유롭게 가속하며 비탈길을 내려갈 수 있다.

     

    ②에서 ③으로 당기면 자동차의 풋브레이크 처럼 서서히 제동이 걸린다. ①(주차 브레이크)와 다르게 ③(주행 브레이크)로 당길 때는 서서히 제동이 걸린다. 운행 중에는 주행 브레이크 구간(②와 ③ 사이)에서 레버를 당겼다(감속) 풀었다(가속) 하면서 속도를 조절한다.

     

    문제는 주행 브레이크 구간(②와 ③ 사이)로 당길 때 꽤 강한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막내 아들은 주차 브레이크 구간(② 위치)까지만 레버를 당길 힘이 있었다. 즉, 급가속(②)과 급제동(②-①)의 선택지 밖에 없다. 급가속으로 속도가 이미 붙었어도 선택지는 여전히 둘이다. 서서히 멈추는 세번째 선택지는 없다.

     

    불행하게도 우리 아이는 아직 어려서 힘이 부족했다. 아이는 무서운 속도으로 내려가다가 방지턱에 부딪쳐서 뒤집어지던가, 아니면 공포스러운 급제동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왜 아이가 어깨를 다쳤는지, 얼굴이 사색이 되었는지를 나중에 알았다. 즐거운 나들이에서 아이가 공포와 아픔을 겪었다는 생각에 오후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굳이 시간을 내어서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막내 아들 같은 일을 다른 아이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이가 공포에 떨며 내려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다치는 일은 더욱 없었으면 좋겠다.

     

    재미있어 보이지만, 어떤 아이에게는 공포이고 위험이다.

    루지 사업자/운영자에게 안전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게 고민해주길 부탁한다. 곤돌라를 타기 전에, 아니 표를 사기 전에 위험성에 대해서 충분히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힘이 부족한 어린 아이는 표를 끊기 전에 보호자와 함께 탑승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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