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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만번의 변명
    Life/Books 2007. 1. 10. 01:40
    "백만번의 변명" 양장본
    책을 처음 받던 날, 책의 뒷 표지를 보고 부부 상담가가 펼쳐놓은 여러 부부들의 사례집이라고 생각했다. 즉, 각기 다른 사례들을 통해서 어떤 공통의 원인을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면서 교훈을 보여주는 책으로 기대했다. 1막을 읽을때까지도 그렇게 생각했다. 1막의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가는 2막을 읽으면서 점점 내가 기대했던 종류의 책이 아니라는 알게됐다.

    내가 즐겨읽고 관심있는 책은 인간의 문제-철학, 종교, 사상, 인간관계 등을 관련 전문가가 쉽게 풀어쓴 것, 이와 관련되어서 작가가 실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예를 들자면, 전자는 "상자안에 사람, 상자밖에 사람"이고, 후자는 "무탄트 메세지"가 되겠다.

    소설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소설가는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보다 인간문제에 있어서 학문적으로 부족하고, 실제 경험을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이 소설이라는 것이 명확해지면서 나는 실망했다. 게다가 서양의 이성적인 접근에 비해서 동양의 것은 비논리적이고 감성적인 측면이 미덥지 않게 느껴졌다. 그러지만 책을 읽는 것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새해들어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싶었고, 지금 당장 특별히 읽을 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설이라서 그런지 쉽게 술술 읽었다. 그냥 한자리에서 십수페이지를 읽는 것도 일도 아니었다. 아마도 소설이 쉬워서라기 보다는 이 책의 내용에 서서히 몰입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소설의 내용과 나의 현실이 벽이 허물어졌다. 책속에 내가 있고 내 주변은 지금 읽고 있는 문장의 상황이 되었다. 각각의 인물들과 함께 내 감정도 꿈틀거렸다. 시로와 유코가 큰 변화를 겪은 것처럼, 평범한 일상의 나의 감정에 큰 변화가 생겼다.

    책의 큰 줄거리는 결혼 7년차 부부, 시로와 유코의 이야기다. 불의의 화재로 인하여 잠시 별거를 하게 되었던 두 부부, 특별히 문제가 없었던 부부지만 이 사건으로 그들은 큰 변화를 겪게 되고 부부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작가는 남자/여자로써 관심이 사라지고 단순히 부부라는 이유로 살아가는 무미건조한 삶에 대해서 문제를 느꼈다. 언젠가는 결혼 초기의 열정이 사라지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그만큼 서로에게 무관심해진다. 이런 상황을 이 책에서는 서로를 거세해나간다고 표현했다. 유코의 아버지와 어머니, 유코와 시로의 관계는 그런 상황을 잘 보여주었다. 화재로 인해 별겨를 하게된 그들은 각자 다른 이성을 만나면서 잃어버렸던 남자/여자로서의 자신을 되찾고 개인의 삶속에서 자유를 느낀다. 그냥 같이 사니까 부부라고 생각했던 시로와 유코는 별거를 통해서 과연 부부란 무엇인가? 왜 우리는 같이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책의 끝부분이 그냥 어쩔 수 없이 다시 합치는 모습은 좀 실망스럽다. 끝에 다다르면서 이야기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올랐는데, 주말드라마의 마지막회처럼 싱겁고 빠르게 끝나버렸다. 각자의 삶을 즐기고 다른 이성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그런 갈등이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면서 그 과정에 참여하고 싶었다. 그런데, 부부의 삶이란 "서로 부부란 의미를 찾는 과정이다"라고 대충 얼버무려서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런 점이 다소 섭섭하여 맥이 빠졌다.

    다소 엉뚱한 이야기지만, 책을 읽어면서 일어나는 나의 감정을 바라보며 역시 나란 녀석이 가지고 있는 심한 열등감의 장벽을 느꼈다. 부부/연인 관계를 포함한 인간관계에서, 그것은 관계를 깨뜨리는 근원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앞으로 내가 극복해야 할 커다란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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