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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회고
    Life/Personal Development 2023. 1. 3. 12:29

    희생적 리더십의 성공

     

    2022년 초 공개할 새로운 기능("A+"라고 하자)을 얼마 앞두고 팀원이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팀원a : 팀장님 A+는 기한 내에 어렵겠습니다. 그냥 A(A+ 아래 단계)만 하시죠.
    나 : 목표대로 나가보자. 내가 뭘 도와주면 할 수 있겠어.
    팀원a : 플랜 B로 X를 준비해 주세요. 그러면 해보겠습니다.

    그는 밤새우다시피 하여 A+를 완료하였다.

    지금 돌이켜보건대, 팀원a는 보완재인 X 없이도 해냈을 것이다.

    실패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준 것이 도움이 되었을까?

    (물론 보완재 X는 오픈 초기에 유용하게 쓰였다.)

     

    이 외에도 팀원b가 해결하지 못하는 버그를 밤새우며 같이 디버깅을 해주었다.

    평소 같으면 충분히 잘 해낼 일인데, 일정에 쫓기면 잘 보이던 문제도 안 보이게 마련이다.

     

    이 밖에도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여러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면, 프로젝트 기간 동안 출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완전 재택 근무할 수 있도록 상사의 허락을 구했다.

    팀원 한 명이라도 키보드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 나 역시 가능하면 모니터 앞을 떠나지 않았다.

    개발 리딩 이외에도 솔루션 도입, 콘텐츠 입수, 유관 부서와 소통 등 모든 제반 업무를 어깨에 짊어지고 수행했다.

     

    마침내 목표를 낮추지 않고 일정 내에 그것을 달성했다.

     

    하지만 무리한 일정 강행으로 인한 부작용은 있었다.

    부작용은...

     

    그리고 희생적 리더십의 실패

     

    언젠가부터 마음속에 불안이 싹텄다.

    불안감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없어서 좀처럼 진척이 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완료 날짜로 주어진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불안감은 더 커졌다.

    즉,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것이다.

     

    마음의 불안을 잠재울 외부 도움을 2주 정도 받았다.

    다행히 어느정도 제어 가능한 상태가 되어서, 주어진 업무를 일정 내에 완료할 수 있었다.

    그리고 팀장을 내려놓고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잘하는 팀장으로 보이려고 무리했다.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면 팀장으로 능력 부족하다고 여겨질 것이 두려웠다.

    팀장이 모든 것을 떠안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팀원에게 어느 정도는 위임하여 리더로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상사에게 필요한 것-예를 들면, 우선순위 조정, 일정 조율 등-을 요구하겠다.

     

    소방관과 청소부

     

    조직 개편과 퇴사자가 있으면 새로운 담당자를 찾는 주인 잃은 소프트웨어들이 생긴다.

    올해 우리 회사는 조직 변동의 폭이 꽤 컸다.

    격랑의 파도 속에 많은 앱들이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팀장을 내려놓고는 고아가 될 뻔한 미디어 모듈을 다 주워 담았다.

    새로운 주인이 불을 제대로 못 끄면 그것도 내가 데려왔다.

     

    불 끄는 소방관, 방치된 모듈의 청소부가 되었다.

     

    다수의 모듈을 주워 담아 잘 해결하다 보니, 서비스와 구성원에 대한 영향력이 커졌다.

    개발자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고, 더불어 직책이 아닌 영향력으로 인한 리더십을 가질 수 있었다.

     

    아쉽게도, 대부분은 하고 싶은 것이 아닌 해야 하는 업무들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큰 별이 아닌 다수의 작은 별과 덩치는 크지만 희미해진 오래된 별들 뿐이다.

    눈부신 것을 하고 싶은 목마름이 채워지지는 않았다.

     

    계획(전략)의 중요성

     

    매우 중요한 기능 하나가 상반기 내내 해결되지 않았다.

    담당자는 정공법으로 한 번에 완료하려고 시도했지만, QA를 하다 보면 엉뚱한 곳에서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그는 몇 개월 노력했지만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하였다.

     

    이 소프트웨어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 방황하다가 결국 내 품으로 들어왔다.

     

    우선 기존 실패를 분석하여 전략을 세웠다.

    두 가지의 문제가 있었고 두 가지 해결책을 도출했다.

    - 이 소프트웨어는 방대한 테스트 조건으로 검증할 때 오래 걸렸다.

    - 더불어 많은 이의 손을 거치면서 코드가 심각하게 난해해졌다.

    해결책의 하나는 자동화 검증이고, 다른 하나는 단계별로 기능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자동화 검증 과정에서 방대한 테스트 항목을 도출하는데 시간이 다소 들기는 했다.

    하지만, 한번 만들어진 이후로는 검증 시간이 줄어든 것은 물론 검증의 품질(확신)이 역시 매우 높아졌다.

     

    기능 적용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하여 각 단계별 코드 수정 범위를 최소화하였다.

    분할 정복(divide and quanquer)은 개발자에게 금과옥조와 같은 말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마치며...

     

    2022년에는 마음이 단단해진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기술적인 성장은 크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많이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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