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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원에서 본 어느 여인의 허벅지
    Life/Miscellaneous 2007. 9. 10. 13:32
    점심을 먹고 공원에 나와서 책을 읽고 있었다. 책에 몰두했다가 잠시 숨을 고르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순간 눈을 의심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네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두명의 아가씨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한명이 허벅지와 팬티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대로변에서 보이도록 앉아 있었다.

    솔직히 고백하건에, 나 혼자만 볼 수 있었다면 그냥 곁눈질로 보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개된 공간에서 그것도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 쪽으로 앉아 있어서 알려줘야 한다는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그녀들 곁으로 가서 "앞에서 보니까 보기 안좋은 모습이 있어서 알려드리려려구" 라고 말했다. 여자는 많이 당황해했고, 얼마뒤에 자리를 떠났다. 나 역시 책에 더 이상 몰두할 수 없어서, 책을 덮고 사무실로 올라와야 했다.

    아마도, 그녀는 오늘 일을 많이 부끄러워 할 것이다. 내가 그런 사실을 전달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부끄러운 기억이 없었을 것이다. 대신에 그녀가 모르는 그녀가 원하지 않는 사건이 더 오래 지속되었겠다. 어찌되었든 나로 인해서 그녀가 부끄러움을 느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그 사실을 알려준 것이 옳은 일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옳은 일이다. 되도록 빨리 알려주는 편이 좋다. 대신에 좀 더 받아들이기 쉬운 표현으로 했어야 했다. "앞에서 보니까 보기 안좋은 모습이 있어서 알려드리려려구" 이게 뭐냐? 나 역시 당황해서 바보 쬬다 맨트를 날리고 말았다. "다리가 예쁜 것은 알겠는데, 남자친구한테만 보여주세요."정도로 말했더라면 그나마 덜 부끄러웠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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